지금 시간...

자정을 훌쩍 넘겨 막 한 시를 넘어섰다.

밤 늦게부터 그녀가 빵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금 오븐에서 한창 구워지는 중이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을 보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 반은 내 의지요, 반은 그녀를 위한 의지 -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졸립기는 한데 빵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이 좋다.


같은 시간, 잠자는 효서는 빵 굽는 냄새만큼이나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by studio6 | 2011/09/14 01:02 | 트랙백 | 덧글(0)

Documentary: Waiting for Superman

미국의 공교욱 시스템의 문제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녀가 함께 보자고 처음 권했을 때 나는 이게 무슨 육아와 관련된 다큐인가 했었다.  뭐랄까, 슈퍼맨과 같은 아빠되기 뭐 이런건가하고 살짝 겁도 먹었더라지.

두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보고 느낀 점 몇가지를 짤막하게 적어보자면,
첫째, 미국 공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교육에의 열정이 식어버린 일단의 선생님들이다.  마치 뜨겁게 타오르던 첫사랑의 기운이 식어버린 것처럼...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앞에 아무리 열정있는 학생들이 앉아있으면 무슨 소용일까...  이제 한국을 떠나 지낸지도 어언 십년이 지났으니 한국의 공교육 현실을 잘 모른다 치고 말해보자면, 그래도 적어도 선생님들의 '선생님됨'은 아직까지는 한국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둘째, 일종의 딜레마.  미국 교육 시스템의 개선(영화에서는 reformation이란 말로 표현되고 있었다)을 위해서 'effective teacher (이것 역시 영화에서 사용된 단어였는데 결국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이해되었다)'에게 무언가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것은 tenure를 통해 자신들의 '직업' 안정성 유지와 그를 위한 정치적 로비에만 골똘해 있는 거대 교육자 노동 조합의 전횡에 맞서는 하나의 방법로 제시되었다 (영화에서는 이 역시 노조의 심한 저항에 부딫히는 것으로 표현된다).  

내가 이것을 딜레마라고 여겼던 것은 아마도 교육의 영역이 가지는 독특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란 표현이 그 딜레마를 간단히 설명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예전에 한국에서 전교조가 생길 당시 일단의 사람들이 '어떻게 선생님이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르냐'며 전교조 설립을 반대했을 때의 논리와 그 궤 (방향은 정반대이긴 하지만)를 같이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교육 시스템은 온전히 자본주의적이지도 못하고, 또 그렇다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것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혹은 속하지 않는 영역인듯 싶다.  이런 독특성이 교육이란 영역에의 자본주의적 접근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었다.

셋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나의 지난 학창 시절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언젠가 영화 속에 그려진 그 교육 시스템에 우리의 아이들을 밀어 넣어야 할 지 도 모른다는 씁쓸함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첫 생각.
소위 더 좋은 자녀 교육의 기회를 좇아 '기러기' 아빠 생활을 자처하고, 또 하려고 하는 한국의 부모들이 먼저 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s.  아직은 이른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떤 형식의 '제도권' 교육이 효서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일까 종종 고민한다.  이 글은 그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적은 주관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교육 경험으로 효서를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한국이던 미국이던 또 다른 어디건 간에.

by studio6 | 2011/09/08 13:30 | Random Thoughts | 트랙백 | 덧글(6)

Labor day, a day as I have been longing for...

효서와 손잡고 차갑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산책하기.
엄마가 간 밤에 만들어 준 따뜻한 고로케와 우유, 그리고 복숭아로 아침 먹기.
효서가 좋아하는 티비를 함께 보며 춤추기.
늦잠 잔 엄마에게 커피 끓여 주기.
얼굴에 흙을 묻혀가며 효서와 함께 꽃씨를 심기.
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비빔밥을 배가 터지도록 맛있게 먹기.
엄마와 함께 땅콩버터 쿠키 만들기.
꽃씨 심느라 흙투성이가 된 버킷들을 물로 씼으며 효서와 물장난 하기.
엄마 심부름으로 효서랑 둘이 장보러 가기.
엄마가 먹고 싶어 만들었다는 국수 함께 나눠먹기.
효서 샤워시키기.
함께 효서 침대에서 기도해 주기.
곱게 잠든 효서의 뺨에 뽀뽀해 주기.

어제 하루.
나는 내가 꿈꿔왔던 그런 휴일 하루를 보냈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하루 같지만, 나는 마치 티비 속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에게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나기 전 배경 음악 속에 지나가는 짧은 씬과 같은 그런 하루를 꿈꾼다.

그런 하루를 보내게 해 준 그녀가 고맙고, 또 그런 하루를 주신 그 분께 감사한다.
여전히 더 많은 욕심이 내 마음에 있지만, 그것 또 한 언젠가 채워주시겠지...

by studio6 | 2011/09/06 14:45 | Locus of Life | 트랙백 | 덧글(2)

일출

지난 밤 딱히 정의 할 수 없는 이상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꿈을 꾸었다.  덕분에 일찍 눈을 떴고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좀 더 자 보려고 몸을 이리 저리 뒤척여 보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꿈 때문인 것 같기도하고 또 머릿속 이런 저런 생각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창밖은 이제 동이 터 오는지 밖은 어슴프레 밝다.  오지 않는 잠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쫓아다니는 짓은 그만 두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랫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어디 해뜨는 거나 좀 보자 하며 창문을 내다 보니  동으로 난 창문 너머 저편에 해가 뜨는 곳에 길다랗게 산자락이 병풍 모양 뻗어져 있다.  그 뒤로 해가 올랐는지 붉은 기운이 하나 가득.  조금 여유가 있겠다 싶어 잠시 다른 짓을 하는 사이 해가 그새 산들 너머로 올라 방안을 그득 채워버렸다.

늘 사람이 마음 먹은 일들이 종종 그러한 것 처럼 일출을 놓쳐버렸다.

by studio6 | 2011/09/05 00:01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2)

부담감이라고 쓰고 게으름이라고 읽는다

지금 보니 마지막 포스팅이 지난 3월, 봄이었다.
종종 무언가 적어 놓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뭐하러 또 적어두나 하는 생각, 잘 써보려고 하다 시간만 들일 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아져서... 이런 저런 부담감에 휑하니 공터인 나의 블로그.

오늘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번 주말이 '공식적'인 여름의 마지막 주말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 여름이 이제 끝날 때도 된 것 같기는 하다.  문제는 이곳 서북부는 여름이 왔다 가는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지만...


by studio6 | 2011/09/02 14:45 | Locus of Lif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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